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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비장전 1~10(최종회)

제주 "배비장전" (1) "배선달 배비장"

지금은 특별자치도로  확대 되었으나, 소설이 쓰여진 때는  옛날이라.. 전라좌도 제주군으로 불린,

제주도는 먼 예전에는 탐라라는 나라가 있던 곳으로 수도권에서는 아득하게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의 발전으로 서울에서 불과, 한시간이내 비행기로 갈수 있으며  목포를 비롯,완도나 부산에서도 수시간의 항해로 도달할수 있는 천연비경의 제주는 비자면제로 인해 뙈국(중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형편이다.

한라산을 품고있는 제주는 명산으로 험준하면서도 수려하기로 이름이 높다.

이러한  한라산 기슭에 애랑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애랑은 그 자태가 아름다웠으나 간사하고 음흉하기가,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 탈을 쓴듯,

 뭇 사나이  호리기를 매우 잘 하였다.

그러기에 당대의 호남들은 애랑에게 한번 걸려들면 가진 재산 다 털어주고 ,빈털터리 되기가

매냥이었고 , 수중에 돈 떨어진 한량들은 여지없이 애랑의 집에서 발가벗겨 쫒겨나기 일쑤였으니

그러한 소문은  조선팔도에 자자 하였다.

   ..

한편 한양 땅에 김경 이라는 양반이 있었다. 김경은 문장이 탁월하고 재질이 뛰어나서

열다섯에 이미 생원 진사가 되고 , 이십세 전에 장원급제를 하여 벼슬길에 올라 한림주서,

이조,옥당,승지당상등 높은 벼슬을 차례로 거쳐 , 제주목사에 제수 되었다.

(*목사..牧使  고려중기 이후, 조선시대 관찰사 휘하,지방의 각 목을 맡아 다스리던 정 3품 당상관

외직으로, 요즘으로 치면 ,도지사밑에 시장, 군수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면, 적당할 것이나 ,

당시 제주는 전라좌도 관찰사 휘하  제주목 이었으니, 제주 도지사가 된다)

제주목사가 된 김경은 떠날 차비를 하는데 ,임지에서 보좌할

이(吏), 호(戶),예(禮),공(工),병(兵), 형(刑)등 육방을 물색 하였다.

(* 육방 ..요즘직위로 ..행정자치부(이방), 건설교통부(호방),비서실장(예방),산업통산부(공방),국방부

(병방), 사법,검찰부(형방)을 관장하는 직책)

김경의 선택을 받은자 모두, 어깨가 '으쓱' 했는데 그중에 제일은 예방의 소임을 받은 서강에 사는

'배선달' 이었다.  배선달은 본디, 놀기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선비였는데 경치가 좋고, 사람이

꾀이는 곳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의 놀기 좋아하는 풍각장이 였다.

이러한 그도, 제주란 곳은 워낙 뭍에서 먼 곳 인 관계로 아직 구경을 못 하여 궁금해 마지않던  곳

인지라 , 김경의 예방 부름은 신명이 날수밖에 없는, 기막힌 일이었다.

배선달은 의기양양 집으로 도착하자 마누라에게 큰소리를 쳤다.

"이보게 마누라, 앞으로는 날 보고 시시한 선달로 부르지 말고, 비장이라 부르게"  .."배비장"

(* 비장 ..裨將​  감사를 보좌하던 관원)

아내가 배비장의 애기를 듣고 말하기를,

"에구에구 ..제주란 곳은 예로부터 색향으로 이름이 난곳 입니다. 허니, 만일 그곳에 가셨다가 주색

(酒色)에 빠져, 돌아올 일을 잊으시면 , 소첩과 아이들은 누가 보살피겠소?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하였다.

"뭐..뭐라고 ?" ..

배비장의 인품을 잘 알기에 한 말이었지만, 배비장은 펄쩍 뛰었다.

"그런 걱정이야, 아에 하지 마오. 내가 당신과 멀리 떨어진 곳 에서 어찌 그런일이 있겠소."

"마음일랑 단단히 먹고 떠나는 차에, 행여 부인께선 걱정을 마오. 그리고 대장부가 큰 일을 하게

되었는데, 어찌 요망한 계집 때문에 일을 그릇치겠소."

"과연 그럴까요?"

"암 ! 계집은 물론이려니와, 곱상한 사내놈 곁에도 가까이 가지 않을 것이니 걱정은 사랑에 묻어두고

기다리고 계시오." 하며 ..길을 떠나기전 마누라와 운우지정의  밤을 보내더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얼켜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세상을 살자쿠려

      ..

*작성자 주

배비장전은 영,정조 시대의 판소리를 소설화한 작품으로 지은이는 미상으로 우리의 해학,풍자 소설중

대표작이라 할수 있으며,애랑이라는 미모의 기생을 내세워, 겉만을 보고 모든것을 아름답게 평가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방탕한 배비장을 농락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눈만 쳐들면 모략,중상과 시기와 멸시가 판을 치는 세상을 볼수있고,

귀머거리도 들을수 있는 헛된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에, 세상살이 시름을 잊기위해 ,웃음거리를 찾다보니 배비장전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개중에는 원작에 없는 소리를 쓰더라도 ..넓은 헤아림으로 감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주 "배비장전" (2) .. 배비장 제주 가다.

마누라와 이별을 앞두고 꿈같은 밤을보낸 배비장 , 날이밝자 서둘러  김경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전령패를 허리춤에 차고 , 제주 목사 김경을 따라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때는 마침 꽃이 한창인 봄철이라 오얏꽃 복사꽃을 비롯하여 갖가지 꽃이 만발하고

풀은 푸르렀다.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진달래가 생긋웃는 봄봄  청춘은 싱글벙글 윙크하는 봄봄봄

가슴은 울렁울렁 청춘의 봄이요 진달래꽃 개나리꽃 생긋웃는 봄봄

시냇가에 버들피리는 삐리릴리리 라라랄라 ............. 릴리리 봄봄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

노견에 버들조차 바람에 한들거리고 아지랑이 곱게피는 밭이랑 사이에선 구수한 흙냄새가 남과

동시에, 창공에 솟아오른 종달은 새봄맞이 신부를 찾는, 지저귐이 요란하다.

"허 ! 경치도 좋다 ! "  "어디 놀이 떠나는 것 같군."

행장을 꾸린 이들은 서로 이런말을 주고 받으며 , 신록이 태동하는 새봄을 만끽하며  말을 몰아

남으로 남으로 향하였다.

강진을 지나 해남땅에 다다르니, 제주에서 신임 사또를 맞이하기 위한 하인 일행이  나와맞는다.

신임사또 김경은 여러 하인들의 인사를 차례로 받고 흐뭇한 마음으로 푸른 바다를 치어다 보았다.

바닷가에는 하인 등속과 사공이 대령하여 섰고, 사또 일행을 태우고 갈 큼직한 배도 마련되어 있었다.

모두들 배에 올라 즐거운 표정으로 만면의 웃음을 띄우며 해남땅을 떠났다.

날씨조차 맑고 청명하여 파도조차 잠잠한 가운데 배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수면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매 , 김경은 뱃전에서 감흥에 젖는데,

"거울같이 맑은 물이요, 대낮같이 밝은 달 이로다. 허허,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로다!"

         ..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 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 나간다.

이 배는 달 마중 제주 가는 배

어기여 디어라차 노를 저어라.

      ..

어느덧 우뚝솟은 한라산 영봉이 눈앞에 들어오며 고기잡는 어부며 밭가는 농부가 한가로이 보이는

제주에  도착 하였다.

신관사또 일행을 알아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마중의 채비를 하였고 ,사또는 서서히 배에서

내렸고 , 여러 비장과 하인들도 그 뒤를 이어 뭍에 올랐다.

       ..

제주 "배비장전" (3) 배비장 애랑을 무시하다.

배비장은 뭍을 밟자 절로 어깨가 가벼워지는 듯하였다.

사또는 환풍정에서 배를내려 화복진에 좌기하여 사면 경계를 두루 살펴 보았다.

"허, 좋을시구 유람을 왔다면 더욱 좋았을것 이어늘"  한양에서 백성을 살피는  목사로 제수받아

제주땅을 밟았으니,  경치구경 보다는 앞으로의 소임에 더욱 무거움을 느끼는데, 제주는 어느곳을

가더라도 명승지라, 그중에서도 손꼽는 곳이 망월루였다.

그 망월루를 살펴보니 청춘 남녀가 서로 손목을 부여잡고 연연한 이별을 하는 중 이었다.

신관사또 도임길 항차에 교체되는 구관 사또는 북으로 떠나는데 , 구관사또가 신임하던 정비장이

수청 들던 기생 애랑과 서로 정이 들어 죽자사자 하더니 오늘날 이별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사또가 교체되어 가는 터이니 따라왔던 정비장은 따라가지 않을수 없는 터요, 가자고 마음을 먹고보니

애랑이가 눈에 밟혀 차마 뿌리칠수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마당이었다.

정비장은 애랑의 손목을 잡고 몇 번이고 연달아 한숨만 몰아 쉬었다.

이렇게 정비장이 애랑과 애절하게 이별을 할 때 신관 사또는 이미 뭍에 올랐고 , 앞장섯던 예방 비장인

배비장의 눈에 이 꼴이 띄였다.  배비장은  뒤따르던 방자를 돌아보았다.

"방자야!"

"예?"

"저것 좀 보아라. 어찌 젊은 남녀가 거리에서 서로 잡은 손목을 놋치 못하고 연연해 하는 지

알아 보아라!"    방자는 잠깐 쳐다보더니 놀라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게 콧방귀를 뀌었다.

"뭐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뻔합니다. 구관 사또를 모시고 있던 정비장이라는 분이 있었죠.

또 이 고을에는 애랑이라는 기생이 있었구요 .... "

"그래 저 두사람이 그들이더냐?"

"예, 서로 정을 두었다가 헤어지는 마당에 차마 이별을 못해서 저러는가 봅니다."

방자의 말을 듣자 배비장은 혀를 차고 고개를 젖기까지 하였다.

"나으리, 남에 일이라고 수월하게 아심니다. 소인이 들으니 색에 있어서는 영웅도 없다는데..츠츳.."

방자의 반박을 듣자 배비장 펄쩍 뛰며 큰소리를 하였다.

"이놈 , 네가 나를 알고서야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느냐?"

"소인은 그저 들은 말이죠."

"절대가인이 다 뭐냐 ? 동양제일의 양귀비는 물론 , 서양으뜸 미녀인 엘리자벨스 테일러 같은 계집이

배 한가득 타고 , 나를 찾아오더라도 눈을 들어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요 ? 그렇다면 소인과 내기를 하나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  만일 나으리가 이곳에 계시다가

다시 한양으로 올라 가시기 전까지 저 계집에게 눈을 뜨지 않으시면 소인의 모든 식구가 댁에 가서

종 노릇을 하겠습니다."

"흠 , 그것 좋지. 그러구 ..... "

배비장은 가슴을 쑥 내밀어 자신감을 나타내 보였다.

"그리구, 또 만일 나으리께서 저 계집에 반하시면 지금 타고계신 말을 소인에게 주십시오."

"이르다 뿐이냐 ? 그래 내가 지면 이 말을 너에게 주마. 어디 말 뿐이랴 ? 안장까지 얹어 주마."

"틀림없겠지요?"

방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또 다짐을 하였고 배비장은 몇 번이고 장담을 되풀이 하였다.

제주 "배비장전" (4) 사또의 배비장 골려먹기

구관 사또는 포구에서 관인을 인계하고 배를타고 떠나갔고, 신관 사또와 일행은  호기있게  동원에

등청 하였다. 이어  각방 소임과 대소 군관등  모든 부하들이 새로 웃어른을 대하는 인사를 드렸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정해진 처소로 돌아가자 벌써 해는 지고 동쪽에 달이 뜨니 바람은 맑고 달이 밝아

태평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여러 비장들은 숙소를 정하여 피로도 잊은 듯 각기 마음에 드는 기생을 골라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거문고를 뜯게 하여 제주에 온 첫밤을 즐기며 여러 비장들은 제각기 놀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서로 쑤군거렸다.  배비장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배비장은 방자와 내기한 일도 있고 하여 마음을 꾹 참으며 일찍이 자리로 들어갔다.

이때 방자가 달려와 다른 비장들이 하룻밤 노래와 춤 속에서 즐기자고 전하시더라고 여쭈었다.

그러나 배비장은 방자에게 말하기를 ,

"가서 이렇게 전하여라. 나으리께서는 본시 기악을 즐기지 않을 뿐더러 우리집안은 9대째 내려오는

정남 (貞男 ..곧은 사나이)의 집안으로서 잡된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걱정 말고

마음껏 노옵소서 이렇게 여쭈어라."

"예"

배비장의 말을 섬돌 아래서 듣던 방자, 붉은 혀를 낼름 내밀었다.

"그리고 만일 기생년들을 내 앞에 얼씬이라도 하게 하면 엄한 벌을 줄테니 그리 알아라."

"왜요?"

"이놈 !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배비장이  이렇게 까지 과하게 구는 것이 사또 김경의 귀에도 들어갔다.

뒷짐을 지고 대청을 오락가락하며 고개를 기웃기웃하던 사또는 한바탕 가가대소를 하며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이튼날 기생을 모두 불러들여 모아놓고 이르기를 ,예방을 맡은 배비장은

웃지도 않고 또 계집을 가까이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말씀 하시며 기생중에 배비장을 훅하게 웃게

할수있는 기생은 후한 상을 내린다고 애기하였다.

그러자 기생들 중 애랑이 고개를 숙인채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소녀가 비록 민첩하진 않사오나 사또 분부대로 거행할까 하옵니다. 요새는 놀기 좋아하는

봄이오니 내일 한라산에서 꽃놀이를 하십시오. 그러면 소녀가 기회를 보아 적절한 방법으로 배비장을 호려 보겠습니다."

"오냐, 그리하거라!"

제주 "배비장전" (5) ..배비장 애랑을 보자,

이틑날 애랑의 말을 따라 육방 관속과 하인,기생들은 한라산으로 꽃놀이를 나갔다.

산속으로 들어서니 속세를 떠난 기운이 돌며 가지가지 앉은 새가 여기저기서 지저귀어

마치 아름다운 풍악을 갖춘듯 하였다.

"허, 한라산 경계가 그만이로군 !"

"여기까지 왔으니 이런 절경을 구경할 수 있지...."

여러 비장들은 제각기 탄성을 올리며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사또의 분부에 따라 좋은자리를 택하여 술자리를 만들어 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독 배비장만은 기생들이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

혀를 끌끌차며 술병하나를 집어들고 멀찍이 떨어진 바위에 걸터앉아  혼자서 술을 마셨다.

방자와 내기도 했고, 또 동료들에게 한 말도 있어서 계집을 멀리 하려는 심사에서였다.

그 꼴이 우습게 보인 여러비장들은 서로 눈짓을 하며 쑤근거렸다.

"허, 괴이하군.."

"어디 두고 보세 ! "

"저러다가 계집에게 넘어가면 꼴이 가관이지 ... "

배비장은 혼자 바위위에 앉아서 입을 삐죽였다. 그리고 사면을 살펴보던 배비장은 숨이 '턱' 막히는듯 입을 딱 벌렸다. 수포동 나무사이를 바라보니, 개울이 있는 양편에 도화나무가 가지를 드리운 틈새로

흘긋 한 여인의 자태가 보였던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여인의 자태는 아름답기만 하였다.  여인은 화사한 봄빛을 못 이기는 듯

개울가 바위에 앉아 보기도 하였고 서성거리기도 하였다.

게다가 나무사이로 흘긋흘긋, 어른어른  보이기 까지하니, 더욱 신비로운 호기심이 발동 하였다.

"허, 마치 달 속에 있는 선녀가 내려온것 같군... 그야말로 월궁항아가 아닌가?"

배비장은 저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쥐고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릴수가 없었다.

멀리에 보이는 여인은 한동안 온갖 교태를 다 부리는 듯 하더니 아래위 옷을 훌훌 벗어서 옆에 놓고

물 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한 마리 인어처럼 수면 위로 솟구치자 여인네의 우윳빛 뽀얀 살결과 박덩이 같은 엉덩이, 그리고 커다란 복숭아를 엎어 놓은 듯한 가슴을 보는 순간 배비장은 거의 혼절하기 직전이라...

"저런 저런  !"

배비장은 넋을 잃고 바라보다 그만 탄성을 올리고 말았다.

그리고 배비장은 가슴이 꽉 막히는 듯 연방 긴 한숨을 몰아쉬고 눈을 곤두세워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가 말한 9대째 내려오는 곧은 사나이네 뭐네의 장담은 한낮 물건너간 소리로 배비장은 어느새

본능에 충실한 숫컷이 되어 있었다.

         

제주 "배비장전" (6) 배비장의 꾀병

눈앞에 펼쳐지는 아찔한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던 배비장 , 방자와의 굳은 약조도 까맣게 잊고,

"허 , 이대로 물러설 수야 없지 !"

연신 타들어가는 목구멍을 침으로 꼴깍꼴깍 식히며 어깨숨을 몰아 쉬었고,가슴이 조여드는것만 같았다. 이러는 사이에 벌써 해는 너웃너웃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꽃놀이도 파장에 가까워 갔다.

질탕한 노래와 술도 고비를 넘어 이제는 모두들 피로한 얼굴들이었다.

"여봐라 !"

취흥이 도도한 사또가 분부하였다.

"이제는 석양이 기울었으니 돌아갈 차비를 하여라 !"

사또는 남여를 타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여러 비장들과 기생들, 그리고 하인들도 일제히 길을 떠났다. 그러나 배비장은 물과 희롱하는 여인이 마음에 걸려 혼자 이곳에 남고 싶은 생각 뿐 이었다.

그러다가 한 꾀를 생각하고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

두 손으로 배를 움켜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시늉을 하였다.

동료 비장들은 눈치를 알아채고 방자에게 말 하기를 ,  "너의 나으리 병환이 진정하면 나을 것이니

네가 옆에 모시고 있다가 진정이 되거든 같이 오도록 하여라."  하고 애기하였다.

그리고 사또 일행을 따라갔다.

그제서야 배비장은 길게 한숨을 몰아 쉬었고, 등골에는 식은 땀이 흐르기 까지 하였다.

결국 배비장과 방자만 남게되고 사또 일행이 산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자 배비장은 휴우..

한숨을 몰아쉬며 툭툭털고 일어났다.

그 꼴이 우스워 방자는 피식 웃었다.

배비장은  꾀병치례를 하는 동안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 더욱 궁금하여 아까 앉았던 바위로 가서 보니

그 여인은 여전히 물과 희롱하고 있었다.

배비장은 회심의 미소를 띄우고 가만가만 굵은 나무에 몸을 숨겨 다가가며 방자 쪽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예?"

"쉬잇 ! 음성이 높다."

배비장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얕은 음성으로 나무랐고, 손을 들어 가리키며,

"자세히 보아라. 저기 수포동 개울 속에 목욕 하는것이 보이지 않느냐 ? 저것이 무엇이냐?"

방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으나 배비장은 두 손을 마주 비볐다.

배비장은 또 힐끔힐끔 목욕하는 여인 쪽을 바라보았다.

방자는 배비장이 하는 수작을 짐작하였음에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배비장은 아무래도 아쉽고 서운한 생각에 견디기 어려워서 방자를 불렀다.

"너 저 여인을 찾아갔다가 오너라!"

"예 ? 아무리 나으리의 분부라도 소인은 그런 일은 못하겠소이다."

"이놈 ! 어찌 못한단 말이냐?"

방자는 마지못해 어슬렁어슬렁 여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여인은 바로 사또와  연극을 꾸민 애랑이라는 기생 이었다.

애랑은 이미 옷을 주섬주섬 입고 숲사이에 숨어서 방자를 기다리던 중이다.

"쉬잇 !"

방자는 음성을 낮추고 어깨를 움츠리며 혀를 날름하였다.

"허, 네 꾀가 그럴 듯 하다. 우리 나으리 넋이 쑥 빠졌다."

"그런데 무슨 분부를 받고 왔는냐 ?"

"우리 나으리가 꼭 가라니 별 수 있는냐? 아주 사족을 못 쓰는 판국이야 ...."

"호호호호."

애랑은 방자의 귀에다 대고 소근소근 전할 말을 가르쳐 주었다.

배비장은 방자를 보내고서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러는 터에 방자가 덜렁덜렁 나타났다. 배비장은 숨이 넘어갈 듯이 물엇다.

"그래 뭐라더냐?"

제주 "배비장전" (7) 배비장 애랑의 집 앞에 이르다.

"예, 그저 어물어물 하다가는 큰 탈이 날 것이니 어서 물러가라고만 하더군요."

"흠 ! "

배비장은 신음하였다. 숙소에 돌아 와서도 그냥 자리에 눕고 말았다.

생각나느니 목욕하던 여인의 자태뿐이요, 후회되느니 더 꾀를 써서 손아귀에 넣지 못한 일뿐이었다.

배비장은 끙끙 앓는소리까지 내며 이리저리 궁리를 하였다.

밤새 궁리를 거듭하던 배비장은 이튿날 일찍 일어나 도사리고 앉아 방자를 불렀다.

"예"

또 무슨 분부가 있으려나 싶어서 방자는 대령 하였다.

"이리 좀 오너라. 나는 아주 죽을 병이 들었다. 너도 잘 알다시피 한라산 수포동 숲 사이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본 뒤에 이렇게 병이 들어 꼭 죽게 되었다. 그러니 너는 나를 살려줄 생각이 있거든 이 편지 좀 그 여인에게 전해 주고 좀 만나게 하여 주려무나...."

방자는 펄쩍 뛰어 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자 배비장은 조급해져서 돈 백냥을 방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방자는 웬 떡이냐, 입이 저절로 벌어졌으나 억지로 참으며 돈을 받아 넣고, 배비장이 써서 준 편지를 받아서 애랑에게로 달려갔다.

배비장의 편지의 사연은 대강 이러하였다.

"객지의 심사가 우울하여 어제는 한라산에 올라가 춘색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옥안을 힐끗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마음이 혼미하고 정신이 산란하여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겠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여도 저절로 생각이 날 따름 입니다."

"낭자는 지금 젊은 몸이오나 언제까지나 젊어 있을 수는 없는 일이요, 어안간 세월이 지나가면 고운 얼굴 바서지고  머리가 흰머리 되면 다시 봄을 찾기는 어려운 노릇 입니다.

그러니 병들어 신음하는 이 몸을 살려 주소서."

애랑은 사연을 다 읽고난 뒤에  답장을 적었고  방자는 배비장에게 돌아왔다.

배비장은 답장을 받아들자 너무도 좋은 나머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황홀한 달빛  꿈에 잠기면 다시 보이네 그날의 밤

금물결 달빛속에 춤추던 그리운 여인 사모한 마음

서글픈 정은 가실줄 모르네 ..

배비장은 편지를 읽어 보았다.

"사나이 대장부가 나 때문에 병이 들었다 하니 그 뜻이 가긍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규중에 깊이 있는 몸이라 임의로 나다니기 어렵고 만나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달 밝고 깊은 밤에 벽헌당으로 찾아와서 은근히 들어오시면 하룻밤 만날 수 있겠습니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 몸이 죽고 사는 것이 위태로울 것이나 나는 또한 모르겠습니다."

"만일 오시거든 집안이 번거로우니 북쪽 창으로 은근히 오십시오. 부디 이 일을 명심하십시오."

읽기를 마친 배비장 무f릎을 탁 쳤다. 그리고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해 떨어지기를 지루하게 기다리며 일찌감치 나갈 준비를 하고 해가 저물자 방자를 앞세우고

애랑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만큼 가서 방자가 손을 들어 애랑의 집을 가르켰다.

허술한 담을 넘어 건너 불켠 방을 방자가 가리키며 그 여인이 거처하는 침소라 애기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그 영인의 손을 꼭 잡고 품안에 안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주 "배비장전" (8) 애랑과의 동침 .. "미성년자 입장금지."

달빛아래 월담을 한 배비장, 기쁜마음 같아서는 선뜻 방 안으로 들어서고 싶었으나,

애랑이 은근히 찾아 올것을 부탁도 한 바있고 ,여자 도둑질을 하러 온 처지에 ,평소처럼  "이리오너라!" 큰소리로 주인을 부를 입장이 아닌지라, 살금살금 방문 앞으로 다가가 방안 동정을 살폈다.

머리에 실핏줄이 돋아나도록 방안의 동정을 살피느라 온갖 정신을 쏟던중, 결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방안을 향해 나지막히 말을 건넸다.   "문안 드리오. 배껄떡쇠요."

애랑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모습으로 맨발로 내려와 배비장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으리 어서 방으로 드시어요."

애랑은 배비장의 손목을 끌어 방 안으로 인도하였다.

방안에는 가지가지 세간이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원앙금침이 깔려 있었다.

배비장은 헛 기지개를 켜 보이고는 자리에 벌렁 누웠다.

애랑은 배비장의 하는 모양을 보고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등잔불을 입으로 "훅" 불어 껐다.

"허,눈치도 빠르군."

배비장은 신명이 나서 주섬주섬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밀어 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애랑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니 , 이불속은  여인의 분향기로 배비장의 정신이 희미해 지면서

몽롱하기 까지 하였다.

"나으리 , 사람이나 동물이나,본디 수컷은 시시때때로 발정도 잘하여 후사를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많사온데 , 나으리는 소녀를 오늘이후 어떻게 책임을 지시렵니까 ? 운우의 정을 나눔에 그럴듯한

문자라도 주소서."

그러자 배비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소싯쩍부터 배운 천자문에 논어,맹자, 사서삼경등의 좋은

글자를 골라서 애랑에게 추파의 말을 건넸다.

"들어 보시오 내 궁(宮)자로  돌림 노래를 하나 하리오"

"아이고 얄궂고 우습소 . 궁자 노래가 무었이요?"

"들어보면 좋은 말이 많을것이요."

그러면서 배비장은 나지막한 소리로 궁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 하였다.

"좁은천지에 개택궁" (開宅宮)

진시황의 아방궁 ,당 명황제 상춘궁, 용궁속에 수정궁, 월궁속에 광한궁 ..

이리 올라 이궁, 저리 올라 별궁, 그대와 내가 합궁하니 한평생 무궁이라.

이 궁 저 궁 다 없애고 그대 두다리 사이 수룡궁에 나의 힘줄 방망이로 길이나 멋지게 내자구려...

애랑이 "호호"웃으며 배비장의 아랫도리를 힘껏 움켜 쥐는데 ,

과연 , 힘줄 방망이가 틀림 없는 고라 ..

(꼴까닥,꼴까닥 ->애랑의 침 넘어가는 소리.")

     ..

한편,문밖에 방자는 숨죽이며 방안의 동정을 살피다가,

"흠, 이제는 슬슬 시작 할 때가 되었겠지!" 하며 , 방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며, 크게

기침을 한번 하고 , 목소리를 변성시켜 날카롭게 방안을 향해 외쳤다.

"어서 불 켜고 문을 열어라!"

이 말을 듣자, 배비장의 품에 안겨있던 애랑은 갑자기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늉을 하였다.

배비장은 단꿈을 꾸던 터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맞은 격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며 입이 딱

벌어지고 숨이 콱 막히는 듯 하였다.

"이 요기롭고 고이한 년 ! 천하에 몹쓸 년 이로다. 내가 잠시 집을 비울량이면 언제든지 방문앞에

신발이 네 짝이로구나. 흥, 참 잘하는 짓이다."

방자는 고래고래 꾸짖었다.

배비장은 문밖에 사나이가 애랑의 남편이라고 짐작하고 급히 일어나 허둥지둥 하다가 애랑이 가르키는 궤 속에 몸을 숨겼고 ,애랑은 배비장이 벗어 놓은 옷을 황급이 한쪽으로 감췄다. (벌거벗은 배비장)

그런후 애랑은 미리 계획 된 대로 궤에 열쇠를 채워 버렸다.

방에 등잔불이 켜지고 방안으로 들어선 방자, 웃음이 터지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애랑은 배비장이 들어간 궤를 눈으로 힐끗 가리켰고 방자는 알았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 "배비장전" (9) 배비장 궤 속에 갇히다.

"아니 이년이 이부자락만 펼쳐놓고 술상은 안 봐 놨더냐?"

"내 술 한병을 사올 것이니 그동안 상을 보아 놓거라"

방자는 요란하게 방문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잠시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궤 속의 배비장은 숨을 죽이고 밖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어찌 사 온다는 술은 안 가지고 벌써 오셨소?"  애랑의 말 이었다.

"이년 ! 술이 다 무엇이냐 ? 큰일이 났다."

"큰일이라뇨?"

"내가 술을 사려고 나가는데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꿈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데, 

갑자기 백발 노인이 나타나 나를 부르면서 너희 집에 궤가 있지, 이러시더란 말이다. 그러면서, 금신이 그 궤 속에 들어가 무수히 장난을 치니 그 궤가 너희집에 있으면 망 할것이요, 없으면 흥할 것이니 알아서 하라 .. 이러시더란 말이다."

그때 궤 속에 배비장은 다소 안심이 되었다.

이 궤를 집에 두지 않겠다면 내다 버릴것이 아닌가 ?

그렇다면 이 위기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길이 생길것이라 판단 되었다.

 방자는 궤를 짊어지고 바다에 버려야 된다고 큰 소리치며 궤를 짊어지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배비장이 몸을 숨긴 궤를 제주사또 김경이 공무를 보는 동헌으로 가져갔다.

이런 소식을 들은 제주사또 김경과 여러 비장들은 줄줄이 모여 앉아 숨을 죽이고 있었고,

여러 기생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큭큭 거리며 소리죽여 웃고 있었다.

방자가 제주 사또앞에 궤를 내려 놓으니 김경은 빙긋이 웃었고 비장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쑤군거렸다.  방자는 궤를 흔들흔들 하였다.

옆에 섯던 사령은 방자의  눈짖에 따라 물을 궤 틈으로 천천히 부어 넣었다.

이 모든 일이 미리 짜여져 있던 일이었으나 궤 속에 든 배비장은 궤가 흔들리며 물이 새어 들어오는 고로 참으로 바다에 띄워진 줄로만 알았다.

"허,큰일이다. 궤에 물이차면 백발백중 가라앉을 것이요, 그러면 나는 이 궤 속에서 꼼짝없이 황천길로 가게 생겼구나" 배비장이  걱정을 하는 와중에, 물은 궤 틈으로  연방 들어왔다.

제주사또는 손짓으로 하인들을 불러 분부하였다.

"너희들은 일시에 배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를 내어라 !"

하인들은 일시에 여러 문을 삐걱삐걱 열었다 닫았다 하며 곤장을 뚝딱 거리며 외쳤다.

"여기여차...."

궤 속의 배비장은 이 소리를 듣고 갑자기 생기가 돌아, 궤 속에서 큰 소리로 자기를 살려달라 소리쳤다.

"사람살려~"

배비장의 외침을 들은  사공이 말하기를  "이 물은 아주 짜서 눈을 뜨면 눈이 멀게 될것이니, 궤가 열리거든 반드시 눈을 감고 헤엄치시오."하며, 뚝딱거리며 궤의 문을 열었다.

배비장은 "살았다" 좋아하며 알몸으로 궤에서 뛰쳐 나왔다.

 ("딸랑딸랑..딸랑딸랑") ..

그러나 물이 짜서 눈이 먼다는 말을 들었기에 두 눈을 꼭 감고 팔을 벌려 허위적허위적 헤어 갔다.

"탁  !" ..

배비장은 두 눈을 감고 허위적허위적 헤어 나간다는 것이 그만 동헌 기둥에

보기 좋게  머리를 부딪쳤다.  

동시에,배비장의 두 눈에는  불이 번쩍 나며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고  

 불거진 이마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눈을 뜨게 되었다.

이제까지 억지로 웃음을 참고서 이 꼴을 바라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시에 웃음보를 터뜨렸고,

기생들은  꺄르르 하면서 ,연방 데굴데굴 굴렀다.

         

제주 "배비장전" (10) 배비장의 해피엔딩

배비장이 정신이 들어서 쳐다보니 가관이었다.

자기는 알몸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져 있었다.

배비장은 창피하고 당황한 속에서 방자가 갖다 준 옷을 입고 제 처소에 돌아와서 이마를 싸매고 드러누웠다.

지금 자기가 당한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소문이 자자하였다.

이러하니 배비장은 결심을 굳게하고 한양으로 돌아 갈 것을 사또에게 여쭈었다.

"소인은 한양으로 돌아갈까 하옵니다."

"정 그런가?"

"예, 창피해서 한시도 더는 있지 못하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어찌 만류하리오. 그러나 매우 섭섭한 노릇이다!"

배비장은 사또의 허락을 받고 그길로 걸음걸음 마다 한숨을 몰아 쉬며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에 다달아 보니 사공은 보이질 않고 빈 배만 매여 있었다.

이때 배비장의 눈에 저 편 언덕 밑에 포장 치고 돛을 세운 자그마한 배가 보였다.

배비장은 허겁지겁 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 배는 어떤 부인이 급한 사정으로 뭍에 가기위해 많은 돈을 주고 임시로 빌린 배라고 사공은 말했다.

배비장은 사공에게 사정사정을 하여 부인 몰래 숨어든후 ,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하고

제주 땅을 떠났다.  그러나 이 배 역시 애랑이 사또의 분부를 받고 연극을 꾸민 것이다.

배비장은 그것도 모르고 숨어 있다  바닷바람이 추워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부인이 눈치를 채고 사공에게 꾸중을 하기 시작했다.

부인은 사공에게 두 사람이 이 배에 탔으니 뱃삯을 절반만 주겠다고 하며, 절반은 재채기를 한 사람에게 달라 하라고 하며 옥신각신 연극을 하였다.

배는 어느덧 제주도 근처를 빙빙 돌다 ,다시 아까 떠나던 그 자리에 다시 돌아왔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하였다.

배비장은 이곳이 해남땅인 줄 알고 뭍에 내렸으나 사공이 뱃삯을 달라 하는 통에 빈손이라 사공에게 붙들려 어느 조용한 방 속에 갇히었다.

사공은 "얌전히 배를 타고 가시지. 돈도 안 내고 가는 분이 재채기를 하여 절반밖에 뱃삯을 받지 못했으니 나머지는 당신이 내시오." 하며 소리쳤다.

배비장은 그저 기가 막히기만 하였다. 한참 후 방문이 열리며 애랑이가 들어왔다.

배비장은 깜짝 놀라 해남 땅에서 애랑을 만난 것이 혹 꿈이 아닌가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뜨고,

또 무슨 수로 자기를 속이려고 여기까지 왔는가 , 이제는 애랑이라면 입에서 신물이 난다고

생각했다.

애랑은 지금까지의 연극을 전부 애기하고, 그 애기를 들은 배비장은  마음이 수그러지고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애랑이 차려온 술상앞에 앉아 권하는 술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부~어~라..마~시~어라~" ..(권주가)

     ..

이일이 있은 후 , 애랑과 배비장은 서로 정이 도탑게 들어, 제주땅에서 꿈 같은 나날을 함께 보냈다.

그동안에 배비장은 사또의 분부로 정의현감이라는 벼슬에 올라 현감이 되어 마을을 잘 다스렸고 

또 애랑을 첩으로 삼아서 잘 살았다.

배비장은 그후에도  지위가 점차로 올라, 승지도 하고 이조 참판까지 지냈다.

그동안 본부인에게서 삼남 일녀를 두었고 애랑에게는 아들만 형제를 두었으며..

망신을 계획했던  제주 사또이던 김경의 집안과는 각별히 친근하게 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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